본문 바로가기

일상속의 과학

내가 듣는 것이 전부일까, 내가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일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내 귀로 직접 들어보지 못했으니 믿을 수 없다.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으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사고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사실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진동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인간의 귀는 대략 20Hz에서 20,000Hz 정도의 주파수만 인식할 수 있다. 그보다 낮은 초저주파도, 그보다 높은 초음파도 우리 귀에는 침묵일 뿐이다.

 

그러나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코끼리는 인간보다 훨씬 낮은 주파수로 수 km 떨어진 동료와 의사소통을 하고, 박쥐는 인간이 전혀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이용해 어둠 속에서도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초음파 진단기 역시 우리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파동이다.

 

빛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은 전자기파 전체 스펙트럼에서 아주 좁은 구간에 불과하다. 적외선도 보이지 않고, 자외선도 보이지 않는다. X선도, 감마선도, 전파도 모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Wi-Fi를 사용하며, GPS로 길을 찾는다.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 덕분이다.

 

결국 인간은 우주의 극히 작은 창문 하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경험한 것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본 것이 전부이고,내가 아는 것이 전부이며,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쉽게 단정한다.

인간의 감각은 생각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눈도 완벽하지 않고,귀도 완벽하지 않으며,심지어 우리의 뇌조차 수많은 착시와 착각을 만들어 낸다.

과학이 발전해 온 역사 역시 인간의 감각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현미경이 없었다면 세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을 것이고,망원경이 없었다면 우주의 광대함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중력파 검출기가 없었다면 시공간의 잔물결을 측정하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류는 감각이 뛰어나서 발전한 것이 아니라, 감각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도구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과학은 언제나 겸손에서 시작된다.

“내가 모를 수도 있다.”

이 한마디가 새로운 발견을 만든다.

 

반대로 가장 위험한 태도는 “내가 모르니까 없는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우주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존재했고, 인간이 이해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법칙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어쩌면 인간이 지금까지 밝혀낸 모든 지식조차 우주의 거대한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펼친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식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더 겸손해진다.

진짜 많이 아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고 있고,조금 아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고집하는 확신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손함인지도 모른다.

우주는 오늘도 인간의 감각이 닿지 않는 수많은 소리와 빛,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현상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듣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뛰어난 감각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지혜인지도 모른다.